2023년 9월 18일 월요일
항해 이전의 삶
2023년 2월, 카페를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2023년 3월, 내가 할수 있는 선택지 중에, 개발자가 '가능한 옵션'이라는 것에 놀랐고, 더 늦기 전에 이쪽으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대학교 3학년때 컴퓨터공학과를 부전공이든 복수전공이든 수업을 한번 들어볼까 망설이다가 막연한 두려움때문에 미루다가 졸업을 해버렸었는데, 이젠 더이상 선택을 미루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가장 재미있어보이는 flutter 강의를 들으면서 간단한 앱을 만들어보았다.
2023년 4월, 뭔가 좀더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 지인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시작하는게 좋을지 오랜만에 만나서 여러가지 질문을 했고, 몇가지 힌트를 얻었다. 첫번째, 무작정 부트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CS50같은 컴퓨터 이론 입문 강의를 듣고 시작할것. 메모리의 구조, 원리와 간단한 C언어 등등. 두번째, 독학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부트캠프를 들어가서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낮출것. 이 이야기들을 듣고 나는 CS50 강의(무료임!)를 들으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유튜브로 C언어 강의를 찾아보며 몇주정도 학습을 이어나갔다.
참고 ) 4월에 들었던 무료 강의들
FrontendMasters : https://frontendmasters.com/
CS50 : https://cs50.harvard.edu/x/2023/
양주종의 코딩스쿨 : https://www.youtube.com/@user-ys4yq7wk2i
코드팩토리 : https://www.inflearn.com/course/dart-%EC%96%B8%EC%96%B4-%EC%9E%85%EB%AC%B8
https://www.inflearn.com/course/%ED%94%8C%EB%9F%AC%ED%84%B0-%ED%94%84%EB%A1%9C%EC%A0%9D%ED%8A%B8#
2023년 5월. 부트캠프를 비교해보고 지원을 넣기로 했다. 내가 빠르게 시작이 가능한 부트캠프는 바닐라코딩, 위코드, 항해99, 그외 지역 내일배움카드 가능한 학원들이 있었다. 바닐라코딩, 위코드는 오프라인이지만 가격이 각각 1300만원, 890만원이라 너무 부담이 컸다. 항해 99는 주변 지인들의 추천도 받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가능한'선인 450만원이라 항해99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일배움카드로도 신청이 가능했으나, 기간이 맞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커리큘럼이 다르다고도 하고, 뭔가 좀더 많이 고민한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 스케쥴에는 항해99가 딱 맞아서 항해99로 지원했다.
항해99에 제출한 지원한 이유
(항해99 지원 당시 제출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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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까지 저는 홍대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했었습니다.
전공과 전혀 관련없는 분야였지만, 프랑스 유학까지 가서 제과를 공부하고, 매일 새벽부터 직원들과 함께 저녁까지 쉬지않고 일했습니다.
저는 홍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습니다. 3학년때 공군 전기보수 지원병으로 벙커에 전기 시설물을 고치는 일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카페를 창업하여 6년간 운영했습니다.
저는 어떤 것에 몰입을 하면, 결과물이 나올때 까지 밤을 새서 어떻게든 만들어 냈었습니다.
군대에서 생전 처음으로 세탁기를 분해할때도, 미대에서 아두이노로 로봇팔을 만들때도,
카페를 운영하며 내부 통신망을 보수하거나, 새로 깔때도, 카페 기계들을 분해청소 할때도,
카페앞 전신주 이설을 위해 한전 내부규정을 샅샅이 뒤져볼때도,
항상 정신을 차려보면 다음날 새벽이 되어있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이나, 장치를 보면 원리를 생각해보는게 어릴때부터 습관이었고,
설명서를 보는것 보다, 스스로 사용방법이나, 고장난 부분을 찾는 것을 훨씬 선호했습니다.
저는 개발을 배운적은 없지만, 제가 흥미를 가진 분야이고, 제가 몰입하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주어진 과정을 해결할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독학이 아닌 부트캠프를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적지않은 나이가 되어 허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입니다.
좋은 선생님께 질문을 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분야는 스스로 찾으며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했던 군대 선후임, 중고등학교 친구들, 6년간 함께 일해왔던 카페 직원들 모두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모임을 선호하진 않지만, 소수의 사람을 만날때 진심으로 대하며 그 성향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6년간 사장으로 일하면서 또다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아서,
최선을 다해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임할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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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99에서 가장 좋았던 것
- 좋은 사람들
다른 기수는 잘 모르겠지만, 15기 프론트앤드에서는 정말 좋은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전공생도 있지만, 대부분 비전공자이고, 제빵사, MD, PM, 자영업, 은행원, 네일아티스트, 영업직 회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온 사람들의 모임이라 그런걸까. 사실 모든 집단에서 물을 흐리는 2-3명의 사람이 30-40명의 그룹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많고, 다른 기수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고 했는데, 15기에서는 운이 좋게도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던것 같다.
커리어 전환이라는게 말이 쉽지, 지금까지 본인이 쌓아놓은 기회비용을 전부 날려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라 쉬운 선택이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모이니 모두들 각자의 사연이 있고, 각자 어느정도의 아픔과 슬픔, 고민의 결과로 여기에 모여있기에, 서로 그 상처를 절대 건들지 않고, 비슷한 고민에 공감하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게 좋았다. 고민을 서로에게 말해도, 그 고민을 충분해 해본 사람에게 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말하는건 많이 다르니깐.
좋은 사람들 하나만 남겨도 항해99에 듫어온걸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항해99를 시작하는 모두가, 좋은 인연을 찾으려고 하면 충분히 만들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 학습에 필요한 자극
혼자서 공부를 하다보면 가장 문제가, 자기통제를 하는것이었다. 정말 잘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듯 독서실에 거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혼자 이끌어간다는 그 막연함과, 학습의 방향성을 명확히 정하지 않고, 어디까지 학습해야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내가 가고있는 길에 확신이 없어 이것저것 조금씩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매일 같은시간에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있고, 서로에게 물어볼수도 있고, 항해에서도 언제까지 어디까지 학습을 완료하라고 안내를 해주기땨문에, 혼자서 공부할때 허비하는 시간을 많이 줄여준다. - 게더타운
솔직히 온라인 교육이라 별로일까봐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게더타운이 생각보다 오프라인의 장점과 온라인의 장점을 잘 모아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실 항해99 장점이라기 보다는 게더타운이라는 서비스의 장점인데, 작은 아바타로 일정한 공간에 모이면 주변 사람들과만 소통이 가능하고, 멀리서는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풍선만 보인다. 이게 뭐가 좋냐하면, 저녁 늦게 공부를 하다가 교실을 보면 어디는 조용히 공부를 하고있고, 어디는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 어디인지 인지를 할 수 있고, 누구나 거기에 참여가 가능한 트리거로 작동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그룹에 사람이 모이게 된다. 또한 온라인이라서, 강남에서 한다고 쳤을때 들어가는 왕복 3시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것도 매우 컸다. 또한 집에서 하다가 답답하면 근처 카페에서도 하고, 심지어 해외에 있는 사람도 있었고, 지방에 있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재택근무를 해본적 없는 내가 가능하면 일부라도 재택이 가능한 회사를 가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항해99가 99일간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온라인이라 그나마 이 스케쥴을 진행해도 어느정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것 같다(집안일, 산책등) - 헌선적인 멘토님, 매니저님들
생각보다, 맨토님과 매니저님들이 항해99에 대한 열정이 정말 크다. 그리고 개인적인 질문을 하면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개인 시간을 쪼개서 2시간이고 4시간이고 알려준다. 항해에서 정규로 변성된 맨토링 시간과 기술매니저님과의 면담시간은 보통 15~30분으로 매우 짧지만, 막히거나 고민이 있는 경우 개인적으로 DM을 보내서 물어보면, 분량에 따라 벙말 반나절동안 알려주신적도 있었다. 항해99 학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맨토님들과 매니저님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고, 진심으로, 나중에 연차가 쌓이면 기술매니저로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교처럼, 이런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건, 시스템이나 컨텐츠보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항해99출신이든 아니든, 항해99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해준 맨토님들과 매니저님들때문에, 지금까지 항해99가 살아남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 팀 프로젝트
최종 프로젝트를 포함한 팀 프로젝트는 git을 왜 사용하며, 어떻게 소통하며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지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기회이다. - 빡빡한 일정
아침9시부터 저녁9시까지 진행되는 일정은 어찌보면 매우 무리가 되는 일정같지만, 단기간 몰입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항해99에서 아숴웠던 점
- 정보 공유의 미흡함
학생-항해99 사이에 일정공유나, 정보 공유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종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는데, 학생들은 그 디자이너가 돈을 받고 일하는건지, 아니면 자원봉사인건지 공유받지 못했고, 디자이너와 소통할때 애로사항이 많았다. 또 한주의 일정에 대한 상세 커리큘럼이 그주 월요일에 나온다거나, 월요일에 내야하는 과제를 금요일 오후에 안내해준다거나(누락) 하는 미숙한 부분이 많이 보인점이 아쉬웠다. 또한 전체 커리큘럼이 미리 정해져있는게 아니라, 그때그때 정해지는 시스템이라, 다다음주에 어떤 세션이 있고 어떤 프로그렘이 진행되는지 매니저님들도 알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 강의의 품질 문제
강의의 품질이 많이 아쉬운 편이다. 제공해주는 강의로는 이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고 너무 지루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외부 다른 강의 수강을 병행하며 진행하고 있다. 이 부분은 기수가 진행될수록 개선이 될것이라 믿고있긴 하다. - 항해99 코드 리뷰의 부재
주특기주차에 가면 단계별로 과제를 내주는데, 그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해당 기능만 구현하는데 성공하면 통과하고, 동료들끼리 서로 코드리뷰를 해주는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항해측에서는 내 코드를 직접적으로 읽고 채점을 해줄때는 중간 시험뿐인데, 그마저도 워낙 간단하고, 코드리뷰를 해주지는 않는다. 최종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면서 항해99에서 제공해준 커리큘럼 상에서 내 코드를 직접 읽고 피드백을 해준적은 사실상 없다. 동료들끼리 상호간 코드리뷰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멘토님의 리뷰를 받아보고 싶었다. 중간과제의 경우 모범답안도 제공되지 않고, 잘한 동료의 코드만 제공이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범답안을 선정할때 코드를 읽어보셨다고 할수도있겠지만, 피드백을 받은건 아니기에..
총평
- 항해99가 정말 좋다고는 못하겠다.
- 하지만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주었으며, 다시 돌아가도 항해99를 선택할 것이다